펌질

영국판 만원의 행복(?)

baby pink 2005. 12. 19. 20:01

1만원으로 일주일을 생활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자는 대부분 ‘비참하고 비굴하게’ 한 푼이라도 안 쓰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에서는 댄 토마스라는 청년이 ‘일주일 동안 돈 쓰지 않기’를 직접 체험하며 쓴 수기가 BBC방송을 통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아무 사전준비 없이 무모한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4일 만에 돈을 쓰고 말았다. 그는 이 수기에서 현대사회를 살면서 소비란 또 돈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가 쓴 수기의 전문이다.

돈이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것일까? 문득 나는 내가 돈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 동안 한푼의 돈도 쓰지 않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첫째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왜 이런 일을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돈이 한 푼도 없다.’ 그러나 이 생각은 오히려 나를 우울하게 하였다. 나는 오전이면 신문을 읽고, 오후에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하루종일 바삭한 감자칩을 끼고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냉동식품을 절약하기 위해 나는 ‘쿠스쿠스(빻은 곡물가루를 고기, 야채 등과 버무려 먹는 요리)’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5분 후쯤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내가 쿠스쿠스를 싫어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을 이번 주 내내 매일 먹어야 한다는 것.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속으로 나는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먹었다.

둘째 날, 두려움은 사라졌다. 오늘만 잘 보내면 돈을 안 쓰기로 한 이번 주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침식사부터 엉망이었다. 이틀 전에 사온 우유가 바닥났다. 상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참았다. 비참함을 떨쳐내려 일에 집중했다.

오후 10시 나는 돈을 쓰지 않을 해결책을 발견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TV를 켰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라는 광고가 나를 괴롭혔다. 사회는 내가 소비하길 원하고 있다.

셋째 날, 소비의 유혹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석유나 주택보수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차야 운전하지 않을 것이고, 집세 낼 때는 아니다. 가장 소비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시간을 보낼 때 필요한 맛있는 과자, 시원한 음료수, 잡지 등이다. 이 모든 것은 소비와 동의어다. 휴대전화도 소용없다. 이마저도 돈을 쓰는 행동이다. 나는 내가 심심할 때 얼마나 휴대전화에 의존해 왔는지 깨달았다.

넷째 날, 나는 이 날이 기쁘게 맞았다. 오늘은 그저 여러 날들 중 하루일 뿐이라고 다짐했다. “나는 돈의 노예가 아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외쳤다. 그러나 잘난 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 5시 나는 결국 맥주 한 캔을 사고 말았다. 술 마실 자유와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내 지갑에 구겨져 있던 5달러 지폐를 꺼내게 했다.

재앙이다. 나는 실패했다. 하지만 돈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돈을 쓰는 기분은 꽤 좋았다. 돈은 내 마약이었고, 나는 이미 중독됐다.

만약 누가 오늘날 소비의 중독이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다. 그러나 나는 당부하고 싶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돈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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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화폐단위는... 이은영님 생각 | 2005.12.19 | 신고
달러가 아니고 파운드입니다. 기념으로 5달러 지폐를 지갑에 갖고 다녔다고 하더래도 웬만한 한 가게에선 유로화도 아닌 달러화를 받지 않습니다. 문맥에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는 만큼 번역에 주의를
아껴야 잘산다. 피치걸님 생각 | 2005.12.19 | 신고
쓸때는 써야 하지만 항상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돈을 쓰게 된다면 단돈 100원이라도 저금통에 들어 갈수 있다.이런 정신으로 돈을 쓰게 된다면
언젠가는 통장에 돈이 넉넉하게 될것이다..난 이렇게
생각하며 아낀다..

꽃미남님 생각 | 2005.12.19 | 신고
웃기고있네.
돈 안쓰는것도, 돈을 미친듯이 쓰는것도 정상이 아닌것이다.
자기가 꼭 필요한것만 사는것이 소비이지
이 범위를 조금 넘어하면 과소비, 더 넘어가면 쇼핑중독이다.
UNDERSTAND?

수기가 재미있어요 댕이님 생각 | 2005.12.19 | 신고
명쾌한 단문의 형태로 전개되는 솔직함. 마치 소설의 한토막 같은..ㅎㅎ... 재미있게 썼네요.

영국은 파운드 잘하자~~님 생각 | 2005.12.19 | 신고
영국은 유럽에안에서도 경제력이 앞서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 물가만해도 바로 옆의 프랑스의 배가까이 될 정도입니다. 고로 유로를 안씁니다.

영국도 물론 유럽에 속하지만... 송이버섯님 생각 | 2005.12.19 | 신고
유로 안쓰고 파운드쓰는데...1파운드에 1800원에서 2000원 정도의 환율이라, 영국에서 돈 쓰려면 정말 눈물남...

현대 사회에서 광속천사님 생각 | 2005.12.19 | 신고
자기 분수에 맞는 소비는 자신을 위한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한데.무조건 줄인다고 좋은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