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 캡춰(3)











































Forever Mine (Ending credit)



모든 멜로 영화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동력원으로 삼습니다. 일본 영화의 경우, 유민이 주연했던 ‘신 설국(雪國)’이 사랑에 대한 중년 남성의 판타지를 여실히 드러낸다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영화화한 ‘도쿄 타워’는 중년 여성의 은밀한 환상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스무 살 아래의 청년 토오루와 사랑에 빠진 40대 기혼 여성 시후미가 주인공입니다. 먼저 마흔한 살 시후미의 얼굴과 몸매가 빼어난 데 주목할 필요가 있지요. 그건 스무 살 연하와 사랑을 나눠도 ‘크게’ 민망하지 않을 신체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시후미에 감정 이입할 중년 여성 관객의 판타지에서 전제가 됩니다.

반면 토오루를 근육질이 아닌 곱상한 꽃미남 배우로 캐스팅하고 베드신도 분위기 위주로 그려내, 그 환상이 성적인 게 아니라 낭만적인 것이라 말하고 싶어합니다. 성적 욕망을 시각적으로 직접 충족시키는 ‘신 설국’과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할까요. 반면 ‘도쿄 타워’에선 여자 누드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젊은 남자의 멋진 나신(裸身)은 뒷모습 샤워 장면 등을 통해 자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합니다. 뭐, 단지 샤워일 뿐이라고 핑계를 대면서요.

통념과 달리 이 작품에선 어린 남자가 훨씬 더 사랑하고 매달리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고맙게도’ 절대로 먼저 전화하지 않는 토오루는 시후미가 남편 몰래 전화할 가능성이 높은 오후 4시엔 집에 틀어박힙니다. 기다리는 동안 말러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그레이엄 그린의 책을 읽으면서요. 모두 시후미가 좋아하는 것들이지요. 이 모두가 중년 여성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시후미 남편을 대단히 능력있는 CF 감독으로 설정해 경제적 판타지까지 누리려 합니다. 시후미도 멋진 인테리어의 고급 매장을 가진 폼 나는 여성으로 묘사하고요. 아울러 토오루의 가정 역시 부유한 것으로 묘사해 이런 관계에서 흔히 개입되는 돈의 모티브를 배제함으로써 그 관계가 ‘100% 순정’이라고 강조합니다. 시후미에겐 아이가 없는 것으로 그려내 이 로맨스에서 칙칙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 자체를 없애고요.

이 영화의 판타지 정점은 파국과 결말에 있습니다. 연애에 대한 환상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종종 사람들은 행복하기만한 연애보다는 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사랑, 그렇게 부서진 뒤 다시 뭉쳐져 더 질기게 이어지는 사랑을 꿈꾸니까요. ‘도쿄 타워’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둘의 관계가 드러난 후 파국을 맞는 것으로 풀어냄으로써 피학적 쾌감과 자기 연민에 대한 판타지까지 충족시켜줍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는 모든 것을 버린 뒤 세상 끝에서 재회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뇌의 스캐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지와 상상이 뇌의 같은 부위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요. 다시 말하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뇌는 실제 경험과 지어낸 환상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뇌의 이런 메커니즘은 환상 없인 제대로 버텨낼 수 없는 삶을 사는 인간들을 위한 ‘섭리’가 아닐까요. 자기 세계를 판타지로 채우지 못하는 사람은 고독 속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동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너는 펫(p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타워> 캡춰(2)  (0) 2006.01.15
<도쿄타워> 캡춰 (1)  (0) 2006.01.15
도쿄타워  (0) 2006.01.15
도쿄타워  (0) 2006.01.15
마츠 준  (0) 2006.01.15
코유키(小雪)  (1) 200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