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중국, 바람난 노처녀

(edaily 리포트)중국, 바람난 노처녀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최근 중국의 외교행보에 이목을 쏠리고 있습니다. 서구 열강의 유린이후 죽의 장막속에서 침잠하던 늙은 용은 자본주의에 눈을 뜨는가 싶더니 어느새 당당한 대국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국제부 조용만 기자는 갈수록 파워가 커지는 누추한 이웃을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국 특파원으로 오래 근무한 한 기자는 최근의 중국을 `바람난 노처녀`라고 표현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열망속에 산전수전 다겪은 노회함을 감추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보여준 행보는 중국이 역시 간단찮은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유럽 4개국을 순방중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로부터 여객기 150대를 사들였습니다. 구매금액은 약 1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습니다.

10조원이라는 구매금액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는 이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외교전략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20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왔을 때 미국 보잉사 항공기 70대를 사들였습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항공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름만에 수백대의 항공기를 사들일 필요는 없었죠.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대형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은 것은 외교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양다리를 걸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존심 대결을 교묘히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수주경쟁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 지급문제를 놓고 10년 넘게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사상 최대의 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업계 선두자리를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구매력 측면에서도 중국의 파워가 다시 입증됐습니다.

지난달 보잉이 중국 등으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따내면서 수주 실적면에서 5년만에 에어버스를 제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이 유럽 에어버스에서 150대의 항공기를 사들이면서 보잉의 역전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후진타오 주석의 해외순방 때마다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습니다. 이른바 `쇼핑외교`인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외환보유고에 걸맞게 쇼핑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구매파워를 입증하는 것이 외환보유액인데 9월말 현재 769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2000억달러가 증가했고 올들어서는 외안화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9월까지는 약 1600억달러가 늘었습니다.

물건 사주겠다는 손님을 박대하는 주인은 없습니다. 게다가 `큰손`이기까지 하니. 중국은 선물보따를 안기는 대신 적잖은 반사이익을 챙겼습니다. 중국이 보잉사 항공기를 사주면서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은 슬그머니 누그러졌습니다. 중국 방문에서 위안화 추가 절상 등 실속은 놓치고 변죽만 울리다 돌아온 부시 대통령에게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미국에 대한 선물보따리가 위안화를 겨냥한 것이라면 유럽에서의 거래 대상은 무기였습니다.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해온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유럽을 압박해왔는데 중국은 이번에 항공기를 사주는 대가로 프랑스로부터 무기금수 해제에 대한 긍정적 약속을 이끌어 냈습니다. `give and take`는 모든 거래에서 통용되는 원칙입니다.

중국이 에어버스에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선사한 것은 에어버스 본사가 프랑스에 있고, 프랑스가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 주도적으로 반발해왔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듯 합니다.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당시에도 미국 주도의 석유전쟁에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중국의 양다리 쇼핑외교로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서 빈손으로 돌아온지 한달이 못돼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처녀는 바람이 나도 실속은 다 챙겨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온 세계에 감놔라 대추놔라며 간섭을 하고 있지만 노회한 중국은 미국을 물먹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담장을 마주한 이웃이 누추하고 어렵게 사는 것만 같았는데, 머리에 힘과 돈까지 갖추고 세계를 쥐락펴락합니다. 사람값 싸고, 비위생적이고, 질낮은 물건을 판다고 중국을 불우이웃 취급하던 세월은 이미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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